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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개띠 남자가 '82년생 김지영'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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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생성형 댓글 0건 조회 72회 작성일 19-11-04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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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때 두메산골에서 자라 초등학교 때는 영화를 본 적이 거의 없고, 중학생 시절에는 시험이 끝나면 읍내 극장에서 단체관람을 가끔 했는데 재미를 붙이지 못했다.

  아내는 도시에서 자랐고, 어떤 연유인지 영화와 드라마를 즐긴다. 그래서 혼자서도 영화를 잘 본다. 이번에는 나도 같이 가서 '82년생 김지영'을 보았다. 나는 한국영화는 별로인데 이번 영화는 그런대로 괜찮다고 생각하며 보았다. ​

  한국에서 여자로 살다 보면 겪을 만한 내용을 망라하여 다소 작위적인 느낌이 들었으나 직장에 30년 넘게 다니며 두 아들을 서른 안팎으로 키워낸 아내는 100% 공감한다고 했다. 나도 한국에서 '여자의 일생'은 고난의 세월이라는 바를 머리로나마 이해하는 편이라 영화에 80%는 공감했다. 공감이든 비공감이든 그 사유는 만인만색일 것이다.

  나는 김지영이 정신이상을 보이며 헛소리를 ​하며 내심을 드러내는데 그것을 친정 엄마가 알아 집에 들어 딸을 안고 우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다. 딸을 시집에 보내 살도록 할 때는 엄마의 일생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게 엄마의 마음인데 잘살기는커녕 심신에 이상이 생겨 결혼생활을 지속하기 힘든 상황이 되니 엄마로서는 가슴이 무너질 것이다. 그 가슴에 한만 한 꿈, 교사의 꿈은 과거사가 되었는데 딸이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면서 정신 이상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실성할 만도 하다.

  영화란 본래 극도로 인생을 압축하는 장르라 사실은 아이 낳아 키우는 문제만 해도, 출산해서 첫 이레가 지나는 데도 200여 시간이 걸리는데 '82년생 김지영'에서는 출산한 아이가 어린이집에 갈 때까지 육아 문제는 물론 고부갈등, 직장과 육아의 문제, 남녀차별, 남아선호, 직장 내 여성 성희롱 문제 등을 두루 다뤄 주제가 흩어지는 측면이 있으나 관객 확보를을 생각하면 어느 부분에서든 공감할 내용이 있을 테니 유리할지 모른다. 어제 신문을 보니 한 신문에서는 두 여성이 이 영화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보면 여성들은 폭풍 공감을 하는 듯하다. 아내부터 그랬으니까. 

  혼기에 가까운 아들 둘을 둔 입장에서 보면 영화 속 '정서방'처럼 해도 만족하지 못할 며느리가 많을 것인데 두 아들이 그리 할지도 궁금하다. 나도 정씨인데 영화 안에 나오는 정서방처럼 퇴근하자마자 아이 목욕 시키고 아내와 대화하여 갈등을 풀지 못한 듯하다. 친정 아버지처럼 가부장적 냄새를 많이 풍긴 것은 아닌지 저어하다.


  택시를 30년 넘게 운전했다는 기사 말을 들으니 요즘 젊은애들을 보면 남자가 여자 이기는 경우가 열에 한둘이라고 한다. 결혼 전에는 남자가 여자한테 쩔쩔매다가 결혼하면 서로 갈등하는 수가 있지만 지금은 아예 사귈 때부터 여성상위라는 것이다. 그 말에 대해 자기 며느리는 아들이 출근할 때 밥도 안 준다고 했다. 밥, 섹스, 잠, 누군가 남자란 단순해서 그것만 해결되면 처자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데 요즘은 여자들이 그 점에서 남자를 무시한다고 한다.


  세상이 남녀평등으로 가는데 기득권을 가진 남자가 스스로 권리를 내려놓지 않으려 하면서 여기저기서 잡음도 들린다. '82년생 김지영'을 페미니즘 시각으로 보기도 하고, 부조리의 시정으로 보아도 되며, 남녀상생의 모색으로 평가해도 될 것 같다. 각자 자기 인생에서 영화를 감상하겠지만 여자가 남자보다 더 공감할 것이다.


  국제적으로 남녀의 평등지수를 평가하는데 그것에도 차이가 있어 여자는 여자에게 유리한 통계를 끌어오고, 남자는 남자에게 좋은 지표를 가져온다. 자고로 남녀차별이 존재한 것은 사실인데 여자들이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여 남녀가 조율을 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한 세대 앞서간 사람을 알아보려는 노력만 해도 남녀갈등은 줄어들 것이며, 받을 것만 생각하지 말고 줄 것도 생각하면 '그 인간'과 조화를 이룰 것이다.


  사실, 한국 여자가 서구, 특히 북유럽을 여자 천국으로 거론하는 수가 많은데 한 가지만 말하자면 그곳 여자들은 한국 여자들보다 직장에 나가 일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미국은 어떤가. 산후조리원이 없다고 하며, 대부분 독박육아를 한다고 한다. 입만 열면 외국을 거론할 게 아니라 한국과 외국은 배경이 다르며 그것을 한국 입장에서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현실에 부합한다.


  일하는 여자로서 엄마로서 직업과 육아에서 뜻을 이룬 여자도 많으며, 전업맘으로서 아이 하나 키우면서 보통의 자식농사도 못 이룬 경우가 있다. 정답은 없지만 자기 입장을 합리화하고, 남과 사회, 제도를 탓하면 끝이 없으니 자신과 타인을 돌아보며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면 좋은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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