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죽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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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생성형 댓글 0건 조회 5,481회 작성일 18-12-09 17:56본문
죽음 앞에서 만인은 평등하다. 빈부귀천 남녀노소를 떠나 누구나 한 번은 죽는다, 우리는 살아 있을 때는 죽음을 모르고, 죽을 때는 삶을 모른다. 평소에 죽음을 떠올리면서도 그것을 이야기하기 꺼린다. 사망을 혐오하다 보니 사는 길에서 헤매기도 한다. 어떻게 죽을지, 사후에 무엇이 있을지를 생각하는 차이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다른 말로 사관(死觀)이 인생 유형에 영향을 미친다. 나 하나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관계나 유산을 정리도 안 하고 떠나 살아있는 사람을 힘들게 할 수 있다.
웰빙과 아울러 웰다잉을 생각할 때 바람직하게 산다. 그런 뜻에서 죽음을 도외시하는 자세보다 죽음을 준비하는 태도가 좋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죽음은 할머니의 사망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로 기억하는데 그때 어른들이 나에게 상복을 입히려고 하는데 내가 고집을 부려 큰아버지가 크게 분노했다고 한다. 혼난 기억은 없는데 삼베 상복을 입지 않으려 한 장면은 어렴풋이 떠오른다. 또한 상여가 동네 반대 쪽 길이 없는 곳으로 올라 갔던 듯하다. 그때는 만사를 꼬마들이 들고 가면 용돈을 주었는데 남의 집 상사에 만사를 몇 번 들었던 기억도 있다.
예순에 접어드니 초등학교 동창은 열에 하나가 저 세상 사람이 되었다. 죽는 형태도 여러 가지다. 자살, 병사, 사고사 등으로 이 땅을 떠났다. 남자들이 자살과 사고사 비율이 여자보다 높아 평균수명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그 차이가 10살 안팎이었는데 지금은 여자가 남자보다 6살쯤 더 오래 산다고 한다. 부부의 경우, 남자가 여자보다 3-4살 많으니 여자는 평균 10여 년은 혼자 살아야 한다. 재혼하여 둘이 사는 경우도 많으나 주위에서 보면 거기에서 생기는 문제도 꽤 있다. 주로 돈을 놓고 갈등이 생긴다.
환자나 그 친인척이 무의미한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법안이 있어 올해 2월부터 시행했다고 한다. 어떤 사람에 따르면 그에 따라 지금까지 2만 2천 여 명의 연명의료 중단이 일어났다고 한다. 남녀 비율은 대략 3 대 2 정도란다. 남자가 평소에 연명의료중단을 친인척에게 밝힌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그 친인척이 결정하여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건강할 때 무의미한 의료를 않겠다고 사전연명의료중단의향서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86개 당국에 제출하여 연명의료를 중단한 사례는 전체 연명의료중단 가운데 1%가량이라 한다. 건강할 때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연명의료중단의향서를 미리 써놓는 것도 불길하게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그러나 상속재산이 많은 사람이 유언장을 미리 작성하듯 이 세상을 언제 떠날지 모르는 데다 연명의료중단을 놓고 친인척이 시비하는 수도 있으니 스스로 그 뜻을 밝히면 좋다. 사망에서 장례까지 절차도 깔끔하고 나무랄 사람도 없으니 떠나는 길도 가벼울 것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만 19세 이상이면 작성할 수 있고,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86개 당국에서 받는데 그것을 넓혀 접근성을 높이려 한다고 한다. 아울러 장기기증서약을 한다면 장기이식을 기다르는 사람에게 꿈을 줄 수 있다. 주위에서 보면 신장투석을 하면서 장기기증을 갈망하는 사람이 꽤 있다.
죽음을 꺼리다 보니 '생로병사' 방송에서도 죽음을 내보내는 경우가 거의 없단다. 필연적인 인생 귀결은 고개를 돌린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이 죽음을 우회할 길이 없으니 그에 대비하는 게 가정이나 사회에 유익하리라 본다. 나도 건강할 때 연명의료와 장기기장에 대해 가족과 상의해보고 판단해볼 시기가 온 듯하다.
유비무환(有備無患), 건강할 때 질병을 대비하고 죽음을 준비한다면 아프거나 죽을 때 문제 소지가 줄어들 것이다.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할 정도라면 평소에 건강관리뿐 아니라 가족경영, 대인관계, 업무추진 등에서도 바람직한 길을 찾지 않을까.
당신은 사정연명의료중단의향서를 쓰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신은 어떻게 죽는 게 웰다잉이라고 여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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