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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생성형 댓글 0건 조회 813회 작성일 18-10-09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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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추석 연휴 때 일이다. 고향에서 이틀, 처가에서 한 나절을 보냈다. 두 아들이 서울에 가는데 간단하게 음식을 장만해주었다. 그렇게 두 아들은 저녁에 서울로 향했다. 쉬려는 참에 전화가 울렸다. 장모의 목소리였다. 아내를 바꿔주니 내일 놀러가느냐는 확인 전화였다. 처가에 갔을 때 장인 고향에 가자고 이야기했는데 그걸 잊기 않고 80대 두 노인이 외출하자는 것이다. 두 노인이 줄곧 집에 있으니 답답하고, 자식은 다섯이나 되지만 모두 바빠 하루를 내서 나들이를 시켜 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  아내가 부모를 모시고 바람을 쐬곤 했는데 몇 년 전부터는 나도 가끔 동행했는데 그럴 때면 으레 내가 운전을 했다.

   장인은 80대 후반으로 전남 여수 돌산이 고향인데 초등학교를 나온 뒤에 기술을 배워 전주에 정착했다. 전주에서 결혼하여 처가 중심으로 살았다. 혼자 고향을 떠나 타향에서 자리를 잡은 셈이라 부모와 가족에 대한 애증이 있었으리라. 기술은 좋았으나 기질과 자본, 운명이 따라주지 않아서인지 그에게 기술을 배운 사람들보다 사업을 크게 일으키지는 못하고, 5남매 키우고 가르친 정도에 머물렀다.

  나는 십 년째 경제활동을 최소화하고 읽고 쓰는 사람으로 아내에게 얹혀사는 셈이라 처가에도 낯이 안 선다. 그렇기에 장인 장모가 나들이하고 싶다면 운전 봉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을 한다. 이번 나들이는 언젠가 장인 고향에 갔는데 장인이 아버지 할아버지 산소를 보고 가고 싶다고 하는 말을 아내가 들어주는 차원이었다. 장인은 자기 주장이 강하지 않아 나는 흘려들었는데 아내는 그게 눈에 밟혔는지 언제 아버지 모시고 조상 산소를 돌아보기 바랐다. 그래서 추석 연휴에 지각이긴 하나 시간을 내서 나들이, 성묘, 맛집 순례 등등의 목표를 띠고 전주를 출발했다.

   전주에서 순천까지는 고속도로가 뚫려 돌산까지 2시간쯤이면 갈 줄 알았다. 하행차선이 밀리지 않아 생각대로 일정이 돌아갈 줄 알았다. 네비게이션은 동순천 인터체인지에서 나와 가북선대교 쪽으로 가라고 안내했다. 그 지시대로 여수에 근접하니 차가 밀리기 시작했다. 거북선대교 5길로미터를 앞두고는 차가 멈추다시피 했다. 거북선대교까지 말 그대로 거북이처럼 가니 한 시간이 더 걸렸다. 오동도, 세계엑스포 등 관광지가 많은데 길은 좁고 주차장이 적어 그런 듯하다.

   나는 전주에서 진안을 오가며 명절을 쇠기 때문에 명절 정체를 경험한 바가 거의 없다. 그런데 진안에서 관촌을 거쳐 집에 오는 데 두 시간이 걸렸다. 내 생애에 같은 거리를 가장 오래 운행한 셈이다. 나는 시내에서 차가 밀리는 것도 참지 못해 차라리 돌아가는 길을 선택한다. 그런데 운전 봉사를 하기로 한 마당에 짜증을 내면 아내가 싫어할 터라 참고 운전을 했다. 두 시간 예상했던 목적지에 네 시간이 걸려 도착했다.

  오후  두 시에 점심으로 장인이 좋아하는 회를 먹고, 해양수산과학관 근처에 있는 장인의 조상묘로 걸어갔다. 기도하고 참배한 뒤에 장인의 설명을 들으니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큰 형 부부가 그 곳에 안장되어 있었다. 거기에서 바닷고기 잡던 일, 초등학교 다니면서 말썽 피웠던 일, 조카며 형제며 살던 이야기를 들었다. 아내도 태어나 처음으로 할아버지와 할머니, 증조부와 증조모를 찾아 성묘를 했다고 한다. 나도 물론 그랬다.

   점심 때 장인과 맥주 한 병을 나누어 마셨기에 오는 길에는 아내가 운전을 했다. 휴게소에 들어 간식을 먹은 뒤로는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상행선이 크게 밀리지는 않았는데 전주 인근에 오니 서행하기 시작했다. 그리 나가려던 생각을 바꾸어 동전주인터체인지로 나가기로 했다. 그 전에 아내는 '누구'에게 교통 상황을 물으니 상관이든 동전주든 밀린다고 했다. 장인댁이 동전주에서 가까우니 그리 나가려 했는데 상관나들목을 지나니 차가 잘 빠졌다. 돌산에서 나올 때 돌산대교로 나올 때 보니 해상케이블카 등이 있어 꽤 밀려 전주까지 오는 데 거의 네 시간이 걸렸다.

   나는 이번 기회에 여러 가지를 느꼈다. 무엇보다 사람살이가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휴가가 길다 보니 해외든 국내든 관광지와 사람을 찾고, 그 사이에 못한 사람 노릇을 하느라고 바빴다는 거다. 사람 생각이 비슷하여 거리로 쏟아져 나오다 보니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또한 인생에는 부침이 있다는 걸 알았다. 장인 장모 이야기를 들으면 조금 사는 집안에서 그 재산이 삼대를 가는 경우가 드물다. 자손이 그 재산에 기대다 보니 그렇게 된다. 그래서 부자 삼대 못 간다는 말이 나왔는지 모른다. 지금도 어설픈 부자가 자식농사를 망치는 사례가 꽤 있다. 역시 자녀가 부모에게 의존하고 그 재산을 자기 것으로 인식하는데 부모가 그것을 부추기는 경우가 그렇게 된다.

   내가 베풀 수 있는 시간을 내서 장인 장모의 바람을 들어준 것이니 몸은 피곤했으나 기분은 좋았다. 저녁에 아내와 술잔을 기울이며 집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6남매, 처가 5남매 그들이 결혼하여 살다 보니 명절을 지내면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할 게 많다. 사람은 참 바뀌는 게 쉽지 않아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이번에 외출을 해보니 노인은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진다. 장인은 연로하여 이제 걷는 것도 불편했다. 고향의 친구와 그 후배들도 거의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장인는 내 아버지가 돌아가신 해보다 열다섯이나 많으니 건강한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조금 불편해도 아직까지 건강하니 감사한 일이다. 장모는 자기 공로로 장인이 건강하다고 했다. 자식이 다섯이지만 삶을 함께한 배우자가 최고 공로자인 것은 물론이다. 자식이야 나들이 한 번 같이 하는 것도 쉽지 않아, 장인의 성묘 소원도 시원하게 못 풀어준 것이다.

   자신이 가진 자산을 잘 쓰면 보배가 된다. 자신에게 있는 것을 힘으로 삼아 가족이라도 챙기면 싸울 일은 줄어들고 사랑할 일은 늘어난다는 취지에서 말한다. 인생에서  없는 것을 한탄할 게 아니라 있는 것을 선용하지 못하는 것을 후회할 일이다. 그럴 때 인생성형의 달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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