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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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생성형 댓글 0건 조회 1,204,470회 작성일 18-11-05 18:37본문
한 해 넘게 책을 쓰는 데 집중하느라 나름대로 힘들었다. 바로 새 책 구상을 마치고 아내와 바람을 쐬러 갔다. 산골 소년이라 바다를 좋아한다. 새 책 주인공 출생지가 군산이라 전주에서 군산을 거쳐 충남 공주 마곡사, 청양 장곡사를 거쳐 태안 몽산포에서 일박을 했다. 소나무 숲과 갯벌이 좋았다. 만리포나 천리포에 견주어 좁은 듯하나 개발이 활발하여 캠프장, 캠핑카장, 펜션, 모텔 등이 많았다.
가을 끝자라이라 그런지 마곡사에는 사람이 붐볐다. 단풍이 마지막 풍모를 뽐냈는데 사진찰영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수십 명의 사진사들이 카메라에 풍광을 담았다. 청양고추로 유명한 청양의 장곡사는 한가했으나 등산객이 꽤 있었다. 칠갑산은 '콩밭 매는...'으로 시작하는 유행가로 유명하다. 나는 두 절은 십수 년 전에 찾았으나 아내는 처음이라 같이 보았는데 이전보다 찾는 사람이 많아 자연스런 풍모는 잃었다.
아침 먹고 오면서 현대서산농장에 들렀다. 연수원에서 물으니 수위는 뭘 보겠느냐고 하며 말렸다. 연수원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며 그 아래 농장으로 통하는 길을 가르쳐주었다. 그 길로 차를 모니 아닌 게 아니라 비포장도로에 길이 좁아 그곳을 구경하는 사람은 없었다. 농장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하고, 농지와 목장지가 따라 있었다. 비포장도로지만 차로 몇 킬로미터를 달렸으니 그 폭을 생각하면 역시 넓은 땅이었다.
내가 이곳을 찾은 것은 마지막 물막이를 할 때 전문가들이 시도하는 여러 공법이 통하지 않자 정주영이 폐선을 끌어다가 막았다는 이야기가 생각나서이다. 그 발상을 하자 전문가들이 반대했는데 그 특유의 전략인 "이봐, 해봤어!"하며 밀어붙여 그게 성공했다는 것이다.
서해안은 썰물이 되면 갯벌이 넓게 드러난다. 갯벌을 농토로 만들어 농사를 짓고, 소를 키워 그 소를 북한에 실어다준 사건도 유명하다. 프랑스 어떤 예술평론가는 20세기 최고의 퍼포먼스라고 한 일이다. 정주영의 모험역사를 둘러보는 일만 해도 도전이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니 산길이 나왔다. 차가 갈 수는 있으나 여기저기 패여있었고 잡초가 우거져 차에 손상이 갈 듯했다. 무엇보다 비포장도로인데 그곳으로 가면 길이 이어질지 궁금하여 차에서 나와 아내아 차를 남기고 200 여 미터를 올라가 보았다. 동산 꼭대기에는 시멘트 포장을 한 길이 있어, 이 정도 농로이면 큰길에 닿을 듯하여 차를 몰고 그 위로 갔다.
차 밑바닥이 낳는 소리에 옆에도 나무와 풀이 닿았다. 그렇게 산을 기어 올라가니 삼거리가 나왔다. 집도 보여 오른쪽으로 큰길도 보였다. 마음을 놓고 가는데 상대 쪽에서 차라도 오면 비낄 공간이 없어 조심스레 운전을 했다. 그렇게 도로 밑 굴을 통과하고 좀더 가니 큰길로 가는 곳이 나왔다. 그 길을 따라 한참을 가니 우리가 가야 할 홍성IC 가는 길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현대서산농장에서 한 시간쯤 헤맸다.
덕분에 정주영의 심신이 깃든 곳에서 호연지기를 품고 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해수욕장으로 놀러 갔지만 논이 있는 농장을 들러 가는 사람은 한 시간 동안 한 명도 못 보았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서 남다른 체험을 한 것이다.
세차를 하며 보니 이전에 없던 흠집이 생긴 듯하다. 새 차를 산 지가 4년 조금 넘었으니 아직 새 것 티가 나는데 이번 나들이로 조금 더 헌 차가 된 것이다. 그 수업료를 주고 정주영의 위인을 배웠으니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다.
시도해보면 새로운 세상을 안다. 해보면 자기 힘을 안다. 남과 다른 길을 가보면 자기 스토리텔링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자기 길을 만들 수 있다. 그런 뜻에서 작은 모험도 자주 해보면 위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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