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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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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생성형 댓글 0건 조회 539회 작성일 21-03-2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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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2월말에 아내가 명예퇴직을 했다. 우리 6형제, 아내 5형제 내외 대소사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3월에는 일이 많다. 두 집안 일로만 3월에 네댓 번 움직여야 한다. 동생 일, 처형 일, 양가 어른 생일 등등. 코로나로 가족이 모이지 않는다 해도 따로 찾아가니 형태가 다를 뿐 예전과 비슷하다. 


  다음 주에 어머니 생일이 들어 있어, 지난 금요일에 고향 진안에 다녀왔다. 토요일에는 비가 온다고 하여 금요일로 방문일을 잡았다. 아내가 쑥을 캐니 어머니는 다리가 불편한데도 땅에 주저않아 고부가 함께 이야기를 하며 쑥을 캔다. 나는 드문드문 서 있는 복숭아나무를 찾아다니며 전지를 했다. 설 이전에 한 차례 가지를 쳤으나 꽃 피기 직전에 다시 가지를 잘랐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18년이 지났는데 아버지가 심은 천도는 참 맛이 좋았다. 옛 집터에 심은 천도 복숭아 두 그루 가운데 하나는 바람에 쓰러지고 나머지 한 그루는 수령이 30년을 넘어 고목이 되었다. 올해도 열리기는 할 것 같으나 이전의 전성기와 현격하게 달라 아예 전지도 하지 않았다. 작년에 보니 이제 복숭아 자격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한때 맛이 좋아 어머니가 단골 미장원에 몇 개 갔다 주었더니 한 개 맛보고 복숭아를 좋아하는 서울 아들에게 보냈더니 해마다 복숭이 때가 되면 아들이 그 복숭아를 살 수 없느냐고 했단다. 어머니도 자식과 손자가 많은데다 천도 복숭아 한 그루가 쓰러진 뒤로는 미장원 사장이 그런 말을 해도 응수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복숭아 둘이 모두 옛 일이 되었다. 그 뒤를 이으라고 심은 복숭아 가운데서는 천도를 당할 것이 없다. 조생종이나 중생종인데 맛이 없고, 조생종은 빨리 익지만 그때 마침 동생 일로 형제들이 바쁜 철이라 인기가 없다. 복숭아를 좋아하는 형제가 많아 따다 전주 동생 가게가 갔다 두면 가져다 먹지만 전지를 하고, 철에 따라 복숭아 나무를 손질하거나 농약을 하는 형제는 없다. 그러다 보니 시간을 내서 내가 복숭아 가지를 치고, 열매를 솎게 되었다. 그런 지가 20여 년이 흘렀다.


  조생종은 빨리 익으나 과육이 약하고 장마철에 익는 수가 많아 보관하기가 어렵다. 중생종은 중간 시기에 익으니 만생종과 조생종의 중간 성격을 띤다. 천도는 만생종으로 서리가 내릴 무렵에 수확했다. 고구마를 캘 무렵에 따는데 과육이 단단하고 달뿐더러 오래 보관할 수 있다. 그때는 복숭아가 드물어 인기가 더욱 좋다. 그 묘목은 시장에서 샀다는데 집터나 밭 가장자리에 몇 그루 심어 자식과 손주들에게 두려고 하는 터라 묘목을 몇 주 사면서 그것을 고르기가 어려운지, 이제는 어머니도 허리가 아파 나무를 심지 못하니 그런지, 복숭아 그늘이 밭에 드리우면 농작물에 지장을 준다고 보아 그런지 더는 복숭아를 심지 않는다.


  씨가 중요하다. 우연히 좋은 나무를 만나는 수도 있지만 전문적으로 과수원을 경영하는 사람은 그만큼 믿을 만한 곳에서 묘목을 사야 농사를 망치지 않는다. 물론 심고 가꾸는 일도 씨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런데 과수란 게 심은 뒤에 한 오년은 지나야 열매의 품질을 안다. 그때 잘못된 줄 알아도 수종을 바꾸려면 수많은 경비가 들어간다. 그래서 품질이 조금 떨어져도 그대로 두는 수가 많다.


  하물며 사람이랴. 그래서 부모를 잘 만나야 하는데 부모는 내가 고를 수 없으니 배우자라도 잘 골라야 한다. 과수는 열매를 보면 알고, 사람은 언행을 보면 아니 사람을 만날 때는 그 언행의 진면목을 보는 눈이 좋아야 한다. 다른 사람의 평판을 듣는 일도 중요하다. 조심하고 또 조심할 일이 사람 고르기다. 그 일을 가볍게 했다가 두고두고 고생하는 사람이 참 많다. 내 두 아들도 서른 줄에 접어 들었는데 미혼이다 보니 복숭아 전지를 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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