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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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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생성형 댓글 0건 조회 368회 작성일 21-05-02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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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미의 <착취도시, 서울>을 읽었다. 쪽방촌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다.

  다른 사실은 그만두고 왜 쪽방촌에는 87퍼센트 안팎이 남자가 거주하는지 궁금했다. 대부분 남성 노인이 거주하는데 저자는 그 이유보다 착취구조와 다른 팩트에 집중하고 있어 나는 거기에 남자가 주로 사는​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내 추측이니 얼마든지 까닭은 유동적이다. 다만 내가 직간접적으로 얻은 지식과 경험을 동원하여 그 원인을 추정해본다.

 

  그 책에서는 쪽방촌에는 남자가 주로 살고 낮에도 술을 마실뿐더러 화장실과 샤워실도 불편하여 쪽방보다 집 없는 여자들이 함께 사는 홈리스 시설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그렇다 해도 여성 노인이 남성 노인보다 더 많은데 홈리스 시설에서 모두 수용할 수는 없을 터이다. 그래서 쪽방촌에 여자가 남자보다 적은 이유를 짐작해보았다.

  우선 경제적으로 빈곤해서 그곳에 살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남자보다 더 오래 살고, 경제활동은 남자보다 적게 하는 여자가 왜 그곳에는 적을까. 속담에서는 과부는 금이 서 말이요, 홀아비는 이가 서 말이라고 했다. 혼자 되면 남자가 여자보다 가난하게 산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그리하여 남녀가 같이 가난한 상태에서 혼자가 되었을 때 남자는 쪽방에서 살까. 그보다는 남자가 여자보다 알뜰하지 않아 동일한 금전을 가져도 여자보다 비경제적으로 쓰다 보니 주거지 품질이 달라지는 게 아닐까.


  쪽방에 사는 노인도 모두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그들에게도 부모가 있으며, 대개는 처자도 있다. 자녀가 반듯하게 사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자신을 스스로 자폐시키며, 자녀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자신의 추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고, 가부장적 권위를 추억하며 처자에게 배신감을 발로하는 경우도 있으리라 본다. 처자에게 외면을 당했으나 잘못을 빌지 않고 다른 가족이 받아주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숫자만큼이나 사연이 많겠지만 그들은 전근대적인 사고를 고수하며 가족이 있어도 외롭고 고단하게 혼자 쪽방 신세를 이어기는 수가 많을 터이다. 유연성이 부족하고, 체면을 여자보다 많이 차리며, 기득권을 스스로 내려놓지 않은 채 빈곤하게 사는 수가 흔할 것이다.


  생존력의 결여로 노년을 쪽방에서 사는 남자도 꽤 있으리라 본다. 둘 다 좋은 환경에서 자란 부부가 거리에 내앉을 형편이 되면 남자는 꺾이고, 여자는 손수레라도 끌고 거리로 나간다. 잘 살던 부부가 패망한 뒤에 남자는 술로 매가망신하고, 여자는 노점이나 바느질로 자신은 물론 자식도 잘 키웠다는 이야기가 차고 넘친다. 남자는 강하나 여자는 남자보다 더 세다는 것이다. 자식을 키우는 데서 여자는 남자를 능가한다. 남자는 죽으면 죽었지 창피하게 거리에 앉아 장사를 못한다고 해도, 여자는 뭐가 어떻느냐고 하며 노점을 하며 악착스럽게 자리싸움도 하고, 손님과 말다툼도 한다. 남이 뭐라고 해도 바로 거리에 적응하여 장사로 자식을 거둔다. 때로는 남편까지 거들어 재기하게 만든다. 남자가 그런 경우는 드물다. 본래 위상이 높아 쓰러지면 그 낙차가 커서 크게 다치는 까닭이다. 여자는 집에 있는 경우가 많고, 하위직에 있는데다 본래 약자로 살아 망해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초인적인 모성애를 발휘하면 아이들도 철이 들어 공부를 잘하므로 거기에서 힘을 얻어 죽을 듯이 일한다. 자식이 잘되면 아버지보다 어머니에게 더 감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평소에 여자는​ 자녀와 잘 지내고, 남자는 갈등하는 수가 많아 가정에 위기가 오면 남자는 집에서 발을 붙이기가 힘들다. 여자는 자식이 성장한 다음에도 살림을 도와주거나 손자 손녀를 보아준다. 뿐만 아니라 자녀들과 소통이 원활하여 문제가 되는 일을 말로 푼다. 서운한 일이 있어도 본래 약자로 살아 잘 참는다. 반면, 남자는 자녀와 같이 사는 데 미숙하고, 음식, 살림, 양육에는 문외한이다. 그러면서 황제처럼 군림하려고 하니 자식이 불편하게 생각한다. 손자 손녀에게 왕꼰대처럼 굴기 일쑤라 아이 돌보는 데도 미숙하다. 그러니 자식이나 손자와 같이 못 살고 쪽방에 살게 된다.


  쪽방촌에 사는 사람의 9할쯤이 남성 노인이라는 말을 듣고 그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좋은 아버지도 많은데 실제를 놓고 거기에 이유를 맞추느라 아버지를 부정적으로 몰아세웠는지 모르겠다. 다수의 아버지는 좋다. 인생을 희생하여 처자를 양육했으며 그 공로는 위대하다. 그런데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말년에 고생하는 남자 노인도 있으리리는 추측에서 이런 글을 써보았다.


  당신 생각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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